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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남한산성-김훈(학고재)

독서모임책. 설 명절이 끼어 있어 책이 늦게 도착해 다 읽지 못하고 모임에 참여했다. 독서모임 책이 아니었다면 절대 사보고 싶지 않은 종류의 책이었다. 하지만 기대가 적어서 였을까? 집중하기까지 시간이 걸렸지만 읽어내려가기 시작하면 금방 소설속의 차갑고 조용한 세계로 빨려들어간다. 옛 지명과 벼슬이름들이 많이 나와 이해가 안되는 부분도 많았지만 작은 소제목을 어쩌면 이야기의 큰 흐름과 상관없는 물건들로 지어 놓은 것도 재밌었고 챕터를 짧게 나누어 더 읽기가 쉬웠다. 책을 읽을 때 왜이렇게 처음에는 집중이 안되는가? 하는 궁금증이 있었는데 독서모임의 다른 사람들도 비슷했다. 김훈이라는 작가는 형용사나 부사들의 사용을 최대한 자제 하고 쓰는데 우리가 일상생활속에서 쓰는 말투와 너무 달라 처음에는 이해하기 힘들다. 하지만 다시 읽어보면 너무나 담백하고 아름다운 문장이 많다. 예를 들어 p199 '밝음과 어둠이 꿰맨 자리 없이 포개지고 갈라져서 날마다 저녁이 되고 아침이 되었다. 남한산성에서 시간은 서두르지 않았고, 머뭇거리지 않았다. 군량은 시간과 더불어 말라갔으나, 시간은 성과 사소한 관련도 없는 낯선 과객으로 분지 안에 흘러들어왔다. 책을 다 읽어오신 어르신 두분이 조선의 역사를 한퀘에 다 이해하고 토론하는 모습이 멋있었다. 조선의 왕이름도 아직 못외우고 있었는데 이 책을 계기로 조선의 역사에 대해 배우고 싶은 갈망이 생겼다. 조선시대 정치파중 노론과 소론이 있는데 소론이 권력을 차지하고 그 후손들이 지금까지 해먹고 있다고.. 우리나라 역사 특히 조선시대 역사에 대한 책을 꼭 읽어봐야겠다. 

 남한산성은 역사적 사실을 가지고 만든 픽션이다. 역사가 스포일러라고 남한산성은 인조시대때 청나라가 명을 위협하여 대국으로 성장해나가는 과정에서 명을 임금으로 모시는 우리나라를 침략해서 우리나라가 항복하는 내용이다. 남한산성으로 피신한 임금은 결국 청에 항복하는 결과를 알고 있고 심지어 새드앤딩이다. 작가는 왜 이런 슬픈 역사적 사실을 소설로 만들엇을까? 

이 이야기의 첫번째 중요 포인트는 김상헌과 최명길이라는 두 충신의 이야기다. 책이 개정되면서 실린 작가의 못다한 이야기에서도 다루었는데 김대중 전대통령이 김훈 작가를 불러 작가는 청에는 절대고개를 숙일 수 없다는 김상헌과 일단 살아서 후를 도모하자는 최명길 중 누구의 편이냐고 묻는다. 작가는 누구의 편도 아니라고 대답한다. 처음에 왕 앞에서 서로를 욕하며 자신의 주장을 내세우는 두 사람이 요즘 정치인을 떠오르게 해서 좋지 않게 보았는데 후에 일이 진행 되면서 서로의 주장이 번갈아가며 관철되지 않을때도 두 사람은 서로를 마음으로 존중한다. 나와 다르면 죽으라 싸움질 해대는 요새 정치판이랑은 수준이 다른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청이라는 새로운 대국의 등장을 거부하고 과거에만 집착하는 김상헌이 안타깝다. 이 선택으로 인해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것은 바로 우리 백성인데... 

두번째 포인트는 서날쇠다. 잘 정돈되어 있는 그의 대장간을 묘사하면서 그가 등장한다. 작가는 이 이야기중에 유일한 영웅이고 실천가라고 서날쇠를 치켜세운다. 더 많은 그의 이야기를 하지 못한 자신의 게으름을 반성하기까지 한다. 이 책의 적용점도 서날쇠로 부터 나왔다. 전쟁이 일어나 임금이 들어온다고 소문을 듣고 서날쇠는 가족들을 대피시킨다. 전쟁중에도 자신의 능력을 이용해 총, 칼을 정비해 도움을 주고 외부에 서신을 전달하는 중요한 역할도 한다. 나는 이 변화하는 세상에 대한 의사결정 권한이 없다. 그러다면 높은 사람들의 의사결정이나 세계의 경제, 정세의 흐름을 보고 파악해서 대비 할 수 있는 훈련을 해야한다. 서날쇠처럼 빠르게 변화를 캐치해서 살아남을 수 있도록 심지어 나라에 보탬이 될 수 있는 내가 되기로 결심한다. 

 책을 다 읽고 영화가 보고 싶었다. 책 속의 차가운 세상을 그대로 스크린에 재현해 놓았다. 영화가 끝나고 쉽게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손과발이 꽁꽁 얼어붙어서 성벽을 지키고 있었던.. 무엇을 위해서인지도 모르고 사람을 죽여야 했던... 죽어야 했던.. 과거의 이런 백성들이 지금의 우리와 같았을텐데. 지금의 태평성대에 감사하기도 하고 인간의 욕심과 계급에 대해 생각하다보니 잠이 잘 안왔다. 대의를 위해 자신을 안내해준 뱃사공을 베어버린 김상헌은 스크린으로 보니 더 미웠다. 난리통속에 나라를 위해 남한산성으로 돌아온 그의 충정은 알겠지만 그 대의를 위해 희생되어지는 개인은 도대체 무슨 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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